제21화 도깨비잔치

 21화  도깨비잔치             

숲에서 똥을 찾다

도깨비는 까마귀가 전해주는 잔치 소식을 들었다. 이번 보름날 뒷마을 범 동굴에서 잔치를 한다고 까악까악 알려주고 갔다. "윗동네 사투리가 심하구먼" 도깨비는 즐겁기도 했지만 잔치에 갈 생각을 하니 살짝 짜증이 나서 까마귀 뒤에다 냅다 소리 질렀다.

1년에 한 번 왕눈 도깨비가 잔치를 연다 한 눈이 안 보이게 된 뒤 두 눈을 합쳐서 한 눈으로 만든 것을 기념해서 매년 잔치를 열고 있다.

도깨비는 오랜만에 외발 독 각 귀를 볼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호수 옆 비밀동굴로 흥얼거리며 잔치 때 들고 갈 방망이를 고르러 갔다 덤불을 치우자 사람 키 정도의 작은 동굴이 나타났다.

도깨비는 고개를 숙이고 동굴로 들어갔다. 도깨비 옆에 작은 푸른색 불꽃이 나타났다. 작은 파란불은 도깨비를 따라 다니며 동굴 속을 환하게 비추었다.

동굴 속에는 온갖 잡동사니로 가득 차 있었다. 동굴 안쪽으로 좀 더 들어가자 동굴 벽에 많은 방망이가 벽에 기대서 있었다.

울퉁불퉁한 방망이, 길고 가는 방망이, 육각 방망이, 가시가 달린 방망이, 알록달록한 방망이 "이번엔 몰 가지고 가누"

도깨비는 고민에 빠졌다. "가지고 갈만한 게 없네!"

도깨비는 알록달록한 방망이를 들어 바닥에 한번 딱 내리쳐보고 다시 동굴 벽에 기대 두었다. "좋은데 저번에 가지고 갔다 와서 좀 그러네~“

도깨비는 아쉬운 듯 육각 방망이를 들고 이리저리 둘러보고 다시 벽에 기대 놓았다. 도깨비는 몇 개의 방망이를 더 만지작거리다 “새로 하나 만들까? 시간이 데려 누”라고 말했다.

도깨비는 동굴 속 잡동사니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잡동사니 속에서 큰 솥을 찾아낸 도깨비는 호수로 가서 호수 물을 솥에 담아 불을 피우고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재료를 찾으러 가볼까나"

숲으로 들어간 도깨비는 사슴을 찾아갔다 "작년에 버린 뿔은 어쨌누?" 사슴이 귀찮다는 듯 나무 밑에서 저번에 부러졌던 뿔을 건네주었다.

"고마우이" 도깨비는 사슴뿔을 전해 받고 신이나 노래를 부르며 호숫가로 왔다 사슴뿔을 호수에 씻어 부러뜨린 후 솥에 넣어 끓이기 시작했다.

"나무는 무엇이 좋을까?" 다시 숲속을 뒤지기 시작했다

개울가 옆에서 박달나무를 발견했다 "요것은 딴딴하게 좋지 저번 것도 박달나무로 만들었는데 다른 걸로 해볼까 누”

도깨비는 이곳저곳을 뒤지기 시작하다 마을 앞쪽 느티나무를 발견했다.

"괴목 요거 좋은데" 느티나무를 둘러보던 도깨비는

"너무 좋은데 나중에 마을 수호 목 데 걷어 이놈은 잘 키워야겠누“

도깨비가 숲을 뒤지다 산 정상까지 올라다 하얀 나무껍질의 자작나무를 보았다

"요놈은 허옇네 껍질도 얇게 뜯어지고 요놈으로 해볼까 누“

도깨비는 자작나무 가지 중 팔뚝만 한 가지 하나를 뚝 부러뜨려 옆에 끼고 호숫가로 내려왔다. "아이고 냄새" 솥에 넣어 끓이던 사슴뿔은 죽처럼 녹아 있었고 호숫가에는 노린내가 진동하고 있었다.

도깨비는 동굴에서 감초를 찾아 솥에 던져 넣었다.

가지고 온 자작나무를 옆에 두고 주위에서 마른 나무토막을 주었다.

"요건 도토리 나무네. 손잡이로 쓰면 좋겠냐”

도깨비는 자리에 털썩 앉아 나무를 깎기 시작했다. 도깨비의 날카로운 손톱으로 도토리나무를 다듬자 손잡이 모양으로 변해갔다. 그리고 자작나무를 들고 나나 속을 파기 시작했다.

손가락 정도 깊이가 파지자 솥에서 흐물거리는 사슴뿔 죽 덩어리를 푹 퍼서 구멍에 넣고 도토리나무를 끼워 넣었다.

 몇 번의 손놀림이 있자 나무토막은 방망이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겉은 하얀 몸통에 갈색의 손잡이가 달린 방망이가 되었다.

 그리고 작은 돌들을 손으로 비벼 모래로 만들고 모래를 방망이에 문질러 방망이를 갈기 시작했다.

방망이는 광택이 나면서 매끄럽게 만들어졌다.

한 손으로 방망이를 휘휘 돌려보던 도깨비는 맘에 들었는지 땅바닥에 딱하고 내려졌다. "정리해" 도깨비의 말에 “펑” 소리와 함께 솥이랑 주위에 어지럽게 널려있던 톱밥들은 사라졌다.

도깨비는 새로 만든 방망이를 들고 도깨비 잔치에 갔다.

범 동굴 입구에는 많은 도깨비불 켜져 있었고 벌써 많은 도깨비가 동굴 안에 모여 있었다.

"어이 여우 오랜만이 네"

도깨비는 꼬리가 2개인 여우를 보고 반갑게 인사했다가 그리고 방망이를 슬쩍 한 바퀴 돌리고 옆구리에 끼웠다.

"올만이야 방망이... 멋지네!"

여우도 반갑게 인사하며 방망이에 관심을 표현했다.

"신경 좀 썼잖아.”

도깨비는 여우에게 귀속 말하듯 손을 들어 입을 반쯤 가리고 이야기했다." 크크크 신경 쓰셨네!"

여우와 도깨비는 킥킥거리며 범 동굴로 들어섰다.

"요즘 꼬리가 나오려나 엉덩이가 가려워" 여우가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말하자 도깨비는 여우 엉덩이를 보았다.

"뭐가 하나 나왔나" 도깨비는 신기하듯 여우를 보다 다른 도깨비들에게 인사를 하러 다녔다. 왕눈 도깨비한테 잔치 멋있다고 이야기하고 털이 부실한 털 도깨비에게 농담을 건네고 혹이 난 도깨비를 만나 인사를 했다.

혹이 난 혹부리 도깨비는 바다 건너 섬에서 놀러 왔다고 하고 말도 다르게 해서 알아듣기 힘들었지만 노래 한번 들어보고 바로 친구 하기로 했다.

혹부리 도깨비가 두 번째 노래를 부르기 시작할 때 검정 털북숭이 도깨비 하나가 동굴로 들어왔다 그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동굴 가운데 화톳불로 가서 화톳불을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화톳불에는 잔치를 위해 왕눈 도깨비가 준비한 너구리를 굽고 있었고 주위에는 막걸리와 각종 나물이 술안주로 차려져 있었다.

"처음 보는 친구구먼. "도깨비가 인사를 하러 가려 할 때 외발 독각귀가 동궁 안으로 들어왔다. 한발로 콩콩 튀는 모습을 보자 도깨비는 기뻐하며 외발 독각귀에게 달려갔다.

"반가워이" 외발도깨비도 도깨비를 보고 와락 껴안으며 반가워했다.

"방망이 바꿨구먼" 외발 독각귀도 도깨비를 보며 말하자 도깨비는 방망이를 한번 휘휘 공중에 저어보고 외발 도깨비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자네도 신경 좀 썼구먼“

"당연하지 자네 보러 온 건데 치장 좀 했지 옛날 모습 흉내 좀 냈지.”

외발 독각귀는 몸을 좌우로 틀어 도깨비에게 치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머리에는 큰 뿔 두 개를 양쪽으로 박고 머리부터 발까지 까마귀의 깃털로 장식을 했다. 그리고 허리춤에 나뭇가지를 양쪽으로 끼고 있었다.

"세발까마귀 같지 않아? 이 뿔은 자네를 생각하고 한 것이야.“

도깨비와 외발 도깨비가 신이 나서 옷 구경 방망이 구경을 하고 있을 때 화 톳 가의 검정 털의 덩치는 품속에서 새끼 쥐를 꺼내 들었다.

"도깨비들아 천벌을 받아라."

검정털의 덩치는 망토를 벗듯 털을 벗어던졌다 온몸에 쥐들을 꼬리로 엮어 둘러맨 큰 덩치의 너구리가 나타났다.

"천벌 받아라. 우리 동료들을 불에 구어 막다니 이 인간만도 못한 것들!”

너구리는 손에 들고 있던 새끼 쥐의 머리를 입으로 물어뜯고 뿜어져 나오는 피를 도깨비들에게 뿌리기 시작했다.

쥐어짜던 새끼 쥐에서 피가 나오지 않자 둘러매고 있던 쥐를 풀고 물어뜯어 도깨비에게 던지기 시작했다.

잔치는 난장판이 되었고 도깨비들은 공포에 휩싸이기 시직했다.

피가 묻은 도깨비들은 펑 소리를 내며 절굿공이, 부지깽이 등 원래의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도깨비와 외발 독각귀도 “평” “평” 소리에 깜짝 놀라 쳐다보다 들쥐에 맞아 “펑”하고 변했다.

도깨비는 소뿔이 달린 투구로 바뀌었고 외발 독각귀는 청동검으로 바뀌었다 동굴 안에는 너구리와 여우만 남게 되었다.

"진정하지." 마시던 술잔을 내려놓고 여우가 말했다.

너구리는 아직 분이다. 풀리지 않은 듯 씩씩거리며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동굴 안은 온갖 피 묻은 잡동사니들로 차있었다.

여우가 일어나서 너구리에게 갔다.

"너무 과했어. 도깨비들이 너무 놀란 거 같아.“

"이놈들은 천벌을 받아야 해. 이놈들이 사람처럼 불에 우리를 구워 먹다니“

"우리도 너구리를 잡아먹고 너구리도 여우를 잡아먹지 도깨비가 너구리를 잡아먹는 게 무슨 문제가 되나” 너구리를 위로하듯 어깨를 툭툭 투하며 말하자 너구리는 울면서 이야기했다.

"불은 무서워 왜 인간들처럼 불을 가지고 불에 구워 먹느냐고” 여우는 널브러진 투구와 검, 절구공이 들어 있는 발로 옆으로 밀어버리고 너구리를 잠시 혼자 두었다.

“도깨비 녀석 그래도 우두머리의 투구였네. 외발 독각귀는 청동칼이었고” 여우가 투구와 칼을 슬쩍 구석에 잘 두고는 너구리를 위로하며 동굴을 나왔다.

너구리를 숲으로 돌려보낸 뒤 동굴을 보고 한 숨을 쉬며 말했다.

"도깨비들도 놀랐겠구먼! 자기의 실체를 본다는 건 매우 두려운 거지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려면 한 이백 년은 걸린 것 같은데 뭐하고 노나?"

여우는 엉덩이가 가려운 듯 씰룩거리며 숲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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