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화 도깨비와 숨바꼭질
제20화 도깨비와 숨바꼭질
새벽닭이 울자 도깨비는 마을로 놀러 갔다.
흙담 벽을 따라 마을 중앙의 우물가에 다다랐을 때
흙장난하는 아이를 만났다.
"아가야 뭐 하누?"
아이는 도깨비를 한번 보더니
"소꿉장난하면서 친구들 기다려요."
"밥은 먹었나?"
"네 엄니가 새벽 일 나가기 전에 해주고 가셨지요."
그리고 흙으로 된 동그란 흙뭉치를 도깨비에게 보이며 "아침 드세요"라고 하더니 아이는 까르르 웃기 시작했다.
"그래그래"
도깨비는 웃으며 천천히 다시 흙담 벽을 따라 돌기 시작했다.
한참을 흙담을 따라 돌다 보니 다시 우물가가 나타났다.
우물가에는 몇 명의 아이들이 더 모여 있었다
아이들은 한 손을 흙 속에 넣고 한 손은 그 위를 뚜드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두껍아"
아이들이 노는 것을 보던 도깨비는 아이들에게 물어보았다
"두꺼비는 왜찾누? 걔들은 냇가에 있는데"
아이들이 까르르 웃으며 흙 속의 손을 빼며 말했다.
"집짓기 놀이하는 거예요"
몇몇 아이들은 흙으로 된 동굴을 성공시키기도 했고 몇몇 아이들은 흙이 무너져 내리기도 했다.
그리고 아이들은 다시 두꺼비를 부르기 시작했다.
도깨비는 천천히 발길을 돌려 마을 밖으로 나가 마을 주위 오솔길을 따라 돌았다.
오솔길의 끝은 다시 마을 반대편입구와 연결돼 있었다.
다시 마을로 들어간 도깨비는 다시 우물가로 가보았다.
아이들은 바닥에 선을 그리고 그 위에 돌멩이를 세우고 놀고 있었다.
한 명의 아이가 한발로 깽깽 뛰다 바닥의 돌을 주워 세워진 돌을 맞추었다.
아이들은 와 하고 웃었고 도깨비는 애들을 따라 웃다 애들에게 물었다.
"지금 무슨 놀이하는 거누? 이제 두꺼비랑은 안 놀아?"
"지금은 망 까기 해요.", "비석치기 해요." 아이들은 깔깔거리면 도깨비에게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한 아이가 돌멩이를 세우더니 바닥선 뒤로 다른 돌 하나를 들고 서 있다 바닥으로 돌을 던지더니 깽깽 발로 바닥을 뛰어다녔다.
도깨비는 아이의 행동을 재미있다는 듯이 따라 한발로 폴짝폴짝 뛰었다.
"에잇 죽었네! 선 밟았네."
아이들의 실망스러운 탄식이 들려왔다.
도깨비는 두리번두리번하다 애들에게 물었다.
"누가 죽었누?"
한 아이가 도깨비에게 말했다. "선 밟으면 죽은 거예요. 처음부터 다시 해요."
도깨비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아까 아이가 다시 돌멩이를 던지는 것을 보고 죽었다는 말을 이해했다.
도깨비는 아이들 무리를 지나 마을 뒷산으로 나갔다.
나무 밑에서 졸던 토끼와 인사를 하고 풀을 뜯던 노루와 고사리 맛에 관해 토론을 했다.
노루가 목마르다고 자리를 뜨자 뒷산에서 내려와 다시 마을로 갔다.
우물가에 아이들이 좀 더 모여 열댓 명이 되어 있었다.
아이들은 옹기종기 앉아 곶감과 주먹밥을 나눠 먹고 있었다.
도깨비가 다가가자 한 아이가 곶감을 도깨비에게 내밀었다.
도깨비는 허리춤에서 방망이를 꺼내서 바닥에 딱하고 내려쳤다.
평 소리와 함께 떡과 전과 주먹밥이 가득한 광주리가 나타났다.
아이들은 "와"하며 광주리 주변으로 모여들어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
도깨비와 아이들은 점심을 나누어 먹고 한낮의 뜨거운 햇살을 피해 나무 그늘에서 낮잠을 잤다.
시원한 바람이 코끝을 살짝 스칠 때 아이들은 잠에서 깨어나 공터를 뛰어다녔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할까?" 한 아이가 말하자 아이들은 우르르 몰려가 아이들 주위에 모였다.
"술래를 뽑자 가위바위보" 아이들의 합창이 이어지고 아이들은 무리를 지어 뛰어다녔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빠르게, 느리게
한 아이가 외치자 다른 아이들이 소리에 맞추어 움직임을 멈추었다 움직이기를 반복했다.
도깨비는 방망이를 깔고 앉아서 아이들을 계속 지켜보다 옆에서 졸던 아이에게 물어보았다.
"이건 바닥에 줄도 안 그어져 있는데 아이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아는가?"
"바닥에 줄이 없어도 정해놓은 거니까 알 수 있지요."
갑자기 와 하는 소리와 함께 아이들이 도망 다니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동네 가득하자 도깨비는 방망이를 짚고 일어나서 마을 앞개울로 갔다.
냇가에 두꺼비에게 새집 구했냐고 했더니 두꺼비는 도깨비에게 아이들하고 놀았냐고 하며 실없다며 앙금엄금 기어갔다.
마을 앞개울 속 붕어는 도깨비한테 바다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도깨비는 거짓말쟁이 붕어라고 놀리고 송사리들을 따라갔다. 송사리들이 흩어져 사라졌을 때 도깨비는 뒷산의 연못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연못에서 나와 다시 마을로 내려오자 아이들은 아직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고 하고 있었다.
도깨비는 붕어에게 들을 바다 이야기를 애들에게 해주려고 했으나 아이들은 잠시 듣다 다시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도깨비는 화가 나서 몇몇의 아이들에게 무서운 표정을 하며 바다 이야기를 하려 했으나 애들은 까르르 웃으며 도망 다녔다.
도깨비는 마을을 돌아다닌 이야기, 뒷산을 보고 온 이야기 바다 이야기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가르치려 하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 내가 바다를 알려주겠다능"
도깨비가 뛰어다니며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하려 하자 아이들은 까르르 거리며 마을 이곳저곳에 숨기 시작했다.
도깨비가 한 아이를 찾자 아이는 또 까르르 웃으며 다른 곳으로 숨었다.
그렇게 아이들과 도깨비의 숨바꼭질이 해가 서산으로 숨을 때까지 이어졌다.
땅거미가 깔리자 아이들은 하나둘 집으로 돌아갔고 우물가엔 도깨비만 남게 되었다.
도깨비는 방망이를 어깨에 메고 바지를 털털 털고 마을을 나와 숲으로
"하하하" 웃으며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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