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화 도깨비와 꼬맹이

 19화  도깨비와 꼬맹이

도깨비는 숲에서 밤새 춤추고 놀았다.

크게 한바탕 웃고는 해 뜨는 방향에 마을로 천천히 걸어갔다.

마을의 입구 쪽 작은 초가집이 있었고

초가집 앞에 꼬마가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무슨 일이야 꼬마야?"

"슬픈 얼굴로 새벽에 집에서 나와 있느냐?"

소년은 처음 본 도깨비의 무서운 얼굴에 잠깐 놀랐지만 슬픈 얼굴로 도깨비에게 말을 꺼냈다.

"어머니가 아프셔서 집에 먹을 것이 떨어졌네요. 배가 고파 잠을 잘 수가 없네요"

"그러냐 꼬마야" 도깨비는 소년이 이야기를 듣고 도깨비방망이를 들고 덩실덩실 춤을 추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아프시고 먹을 것은 없고 어떠하면 좋겠는가?"

노래가 끝나자 도깨비는 방망이를 땅에 딱하고 내려쳤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큰 광주리와 광주리 안에는 과일 떡 고기 등 먹을 것이 하나 가득 나타났다.

"이 광주리는 마르는 날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도깨비는 사라졌다.

도깨비는 호수에서 물놀이했다.

해가 저물자 마을을 지나 숲으로 돌아갔다.

마을의 입구 쪽의 초가집에는 솔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맛있는 저녁을 먹고 있겠네!"

도깨비는 흥이라서 콧노래를 부르며

초가집을 지나가려 할 때

오솔길 옆에 소년을 보았다.

"무슨 일이냐 아이야"

소년을 도깨비를 보자 반갑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도깨비님 저번에 광주리로 제 가족은 먹을 걱정 없이 살고 있답니다. 감사합니다."

소년은 크게 몸을 숙여 도깨비에게 인사했다.

도깨비는 "그래그래" 인사를 받고는

소년에게 물었다. "들어가서 저녁 먹지 않고 이곳에서 뭐하니?"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옆 마을에 품앗이 가셔서 아직 돌아오지 않으셔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먹을 걱정은 없지만, 아침부터 밤까지 일하지 않으면 관아에 낼 세금을 채울 수가 없어서 아버지는 늦게 집으로 돌아오세요."

듣고 있던 도깨비는 덩실덩실 춤을 추기 시작했다.

"나라에 세금 내기 위해 아침부터 밤까지 일하는데 어찌하면 좋겠누?"

노래가 끝나자 도깨비는 방망이를 땅에 딱하고 내려쳤다.

그러자 금은보화와 화초장이 펑 하고 나타났다.

그리고 도깨비는 사라졌다.

도깨비는 꼬리가 아홉 개인 여우와 술을 먹고 놀았다.

밤이 깊어져 여우와 해어진 뒤 물을 먹기 위해 마을의 우물로 갔다.

우물은 마을의 가운데 있었고 흥이 난 도깨비는 덩실덩실 춤을 추며 마을을 지나쳐갔다.

우울 앞에는 큰 기와집이 있었고 도깨비는 기와집을 구경하며 돌담을 따라 돌았다.

우물에 거의 다 도착할 때쯤 담벼락에 기대 밤하늘을 보는 청년을 만났다.

청년을 도깨비를 보자 반가워하며 달려와 도깨비를 와락 껴안았다.

"도깨비님 정말 오랜만에 뵙습니다."

도깨비는 청년을 한참보다 청년이 예전 소년이었던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그래 옛날에 꼬맹이가 많이 컸구먼"

"도깨비님이 주신 광주리와 화초장으로 이렇게 큰 기와집에서 행복하게 살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그래 그런데 왜 이 밤중에 나와 청승이누?"

"아" 청년은 고개를 떨구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도깨비님 덕분으로... 도깨비님 덕분으로 먹을 것 사는 것 걱정 없이 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좀 더 나은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이 마을에 이 나라에요."

소년의 이야기가 끝나자 도깨비는 허리춤에서 도깨비방망이를 꺼내 들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세상을 위해 무언가 하고 싶다고 하는데 어찌하면 좋겠누"

노래가 끝나자 도깨비는 방망이를 땅에다 내려쳤다.

평 소리와 함께 책과 책장이 나타났다.

그리고 도깨비는 사라졌다.

도깨비는 마을이 커져 점점 깊은 숲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그러나 기와집들을 금방 숲을 잡아먹고 점점 커져만 갔다.

도깨비는 마을을 기웃기웃하고 다녔지만, 자꾸 길을 잃어버리곤 했다.

그 날도 도깨비는 마을에서 길을 잃고 낮까지 헤매고 다녔다.

한참을 돌아다니다 보니 처음 그 자리로 돌아왔다 마을의 가장 큰 기와집 앞에 도깨비는 털썩 주저앉아 엉엉 울기 시작했다.

한참 엉엉 울고 있다. 누군가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많은 사람이 도깨비 앞을 지나갔지만, 사람들은 도깨비를 보지 못했다.

도깨비는 도깨비를 믿는 사람에게만 보였다.

특히 낮에 도깨비를 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도깨비는 자신을 보는 것이 노인이라는 것을 알았다.

도깨비가 자신을 알았다는 것을 느낀 노인은 천천히 도깨비에게 다가왔다.

"도깨비님이시군요. 정말 오랜만에 뵙는군요." 도깨비는 자신에게 말을 거는 사람을 정말로 오랜만에 보았다가 그리고 그가 옛날 꼬맹이였다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래그래 꼬맹이냐?"

"도깨비님 덕분에 정승판서를 하고 지금은 손녀 돌보고 사는 꼬맹입니다. 허허"

"그래 세상을 위해 많은 걸 해보았냐?"

"예 주신 책들로 열심히 공부하여 이 마을 이 나라를 위해 많은 일을 했습니다."

노인은 자신이 한 일을 칠일 밤낮으로 도깨비에게 이야기했다.

그 큰 기와집은 노인의 집이었고 도깨비는 노인의 집에 머물면서 많은 것을 듣고 보았다.

노인은 자신의 상처를 자랑하기도 하고 전쟁에서 이겼던 이야기도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그래그래 이젠 아쉬운 것은 없는가?"

"허허 제가 뭐가 아쉽겠습니까. 이제 죽는 날만 기다리는 제게 허허허 영원히 살 수는 있지 않으니까요."

"그래 영원한 것은 없지."

"그래도 다시 젊어진다면 세상을 다 돌아보고 싶네요. 허허허" 노인은 농담같이 도깨비에게 말했다.

도깨비는 무서운 표정을 하고 중얼거렸다.

"건강한 몸 젊음 몸 이것이 불로장수런가"

도깨비방망이를 하늘로 높이 들자

펑 하며

노인은 젊은 청년으로 변했다.

그리고 도깨비는 사라졌다.

마을이 점점 커지고 도시로 바뀌었다.

도깨비는 언덕 위 작은 공원 그네에 앉아 도시를 바라보았다.

도시는 뿌연 먼지와 바쁘게 움직이는 자동차로 가득 차 있었다.

그네에 앉아 도깨비는 흔들흔들 휘파람을 불며 그네를 탔다.

가끔 언덕 위 공원에는 등산복을 입은 노인분들이 잠시 쉬었다 가긴 했지만 워낙 외진 곳의 공원이라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

도깨비는 마을이 도시로 바뀌면서 점점 갈 곳이 없어져 언덕 위 작은 공원에서만 지내고 있었다. 가끔 여우랑

술 한잔하던 때도 생각나긴 했지만 도시가 바뀌는 것을 보는 것도 좋았다.

도깨비가 그네에서 언덕 이래를 보고 있던 어느 날 젊은 남자가 언덕 위를 힘차게 뛰어오고 있었다.

도깨비는 젊은 남자가 옛날 꼬맹이였다는 것을 한 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젊은 남자는 언덕을 뛰어와 공원 앞을 두리번거리더니 도깨비가 타고 있던 그네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한참을 쳐다보던 젊은이는 큰 미소를 지으며 도깨비 앞으로 다가왔다.

"도깨비님을 찾아다녔습니다. 이곳에 계실 거라 생각했는데 맞군요."

그 높은 언덕은 뛰어 올라왔어도 젊은이는 숨 한번 흐트러뜨리지 않고 이야기했다.

"오랜만이다 꼬맹이 좋아 보이는구나."

"네 도깨비님을 꼭 뵙고 싶었습니다."

"그래그래? "

"지금까지 제가 보고 느낀 것들을 이야기해드리고 싶어서요."

그날 이후 일 년 동안 젊은이는 도깨비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세계를 돌아다니며 본 것 느낀 것 그리고 자신이 이루어낸 것들 그리고 파괴한 것들까지 많은 이야기를 도깨비에게 들려주었다.

"그래 정말 많은 것을 했구나! 이제 더해보고 싶은 것은 없느냐 꼬맹이?"

"더요?" 젊은이는 당황해하면서 말했다.

"세상에 모든 것을 해보았다고 해야 하나요 더 무엇이오? 음 그냥 이대로 영원히?"

"꼬맹이 너무 쉽게 영원을 이야기하는구나. 영원한 것은 없단다."

도깨비는 무표정한 얼굴로 이야기했다.

"무엇인가 새로운 생각이 없는데요.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습니다."

젊은 남자가 이야기하자

도깨비는 무덤덤하게 방망이를 꺼내 땅바닥에 던지며 말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단다."

평소리가 났지만 젊은 남자는 변한 것이 없었다. 다만 미소를 띠고 있을 뿐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났습니다. 머릿속에 해야 할 것들이 마구마구 생각이 나네요."

젊은 남자는 도깨비에게 인사를 하고 언덕을 내려갔다.

도깨비는 조금씩 언덕을 내려갈 수 있게 되었다.

도시는 곳곳에 녹색 숲이 만들어졌고 다양한 형태의 건물들이 생겨났다 건물의 벽에는 벽화가 그려졌고 다양한 탈것들이 생겨났다.

도깨비는 도시 사이의 숲을 거릴 기도하고 하천의 붕어들과 이야기하기도 했다.

도시는 깨끗했고 사람들은 여유롭게 도시를 걸어 다녔다.

도깨비는 사람들 사이에서 장난을 치기 도하도 춤을 추며 다니기도 했다.

사람 모양을 한 인형들과 이야기하기도 했다. 인형들은 도깨비를 쉽게 알아보았다. 인형들은 전 세계 이야기를 도깨비에게 들려주었다.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꼬맹이가 보고 싶어지기도 했다.

하루는 인형하고 끝말이 어가기를 하고 있을 때 인형이 편지를 전해주었다.

꼬맹이가 보내준 편지였다.

인형은 제법 꼬맹이 흉내를 내며 편지를 읽어주었다.

꼬맹이가 계속 도깨비를 찾고 있었고 보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인형이 답장하겠냐고 도깨비에게 물어보았지만, 도깨비는 "아니"라고 짧게 이야기했다.

그러고 잠시 있다

"참 필요한 것이 있냐 꼬맹이"하고 이야기했다.

인형은 그 내용을 메일로 보냈다.

꼬맹이이고 소년이고 노인이고 젊은이였던 그는 광야를 떠돌던 중 메일을 받았다.

"아직 영원에 대한 숙제는 풀지 못 했어."라고 짧은 대답을 했다.

짧은 대답은 하늘을 통해 별빛 사이를 건너 인형에게 전달되었다.

"아직 영원에 대한 숙제는 풀지 못 했어." 인형은 그의 목소리를 따라 흉내 냈다.

도깨비는 슬픈 표정을 하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꼬맹이는 결국 골목에서 길을 잃었구나!”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그렇게 이야기해주어도 믿지를 못 하는구나 슬프구나.

영원한 것을 알려주마.

도깨비는 정신없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도깨비의 춤은 실시간으로 광야의 그에게 전달되었다.

한참 동안 춤을 추던 도깨비는 춤을 멈추고 방망이를 자리에 내려놓았다.

"영원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 나는 영원으로 간다.

인형이 방망이를 꼬맹이한테 전해줘."

말을 마치자 펑 하며 도깨비는 사라졌다.

광야에서 그 모습을 보던 그에 눈에는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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