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투샷커피
제16화 투샷커피
그녀는 스타콩 커피숍 창가 끝자리 창을 보고 한상 앉아 있었다.
비가 오면 그녀를 알아보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 그녀가 항상 그곳에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녀는 스타콩 커피숍에서 더블 샷 커피를 시켜 항상 창을 바라보고 않아 있었고 그녀의 유일한 낙이었다.
점심시간에도 맨 구석 창가 자리는 비어 있었고 바쁜 회사일 사이의 유일한 탈출구였다.
회사가 끝나면 저녁 대신 커피 한 잔으로 12시까지 커피숍을 지키다 자취방으로 갔다.
학교를 마치고 서울에 올라온 지 10년, 그녀에게 서울이란 회사 사무실과 스타콩 커피숍이 전부였다.
서울 생활 처음에는 강남, 홍대 등 서울의 핫플레이스 들을 찾아다녔지만 지금은 그런 것들조차 아무런 의미를 주지 못하고 있었다.
종일 반복되는 업무 자료 받고 엑셀 정리하고 복사하고 회의 준비하고 커피를 타고 전화를 받고 매일 반복되는 업무에 지쳐갈 때 스타콩 커피는 그녀에게 유일한 안식처가 되어 주었다.
창밖으로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며 진한 커피 한잔을 마시는 것이 유일한 낙이 되었다. 사실 그전에는 담배가 유일한 낙이였지만 점차 담배를 피울 공간이 없어져버려서 진한 투샷 추가 커피가 그 자릴 채웠다.
비가 오면 그녀는 가끔 사람들의 눈에 띄기도 한다.
커피를 마시는 모습이 빗물이 흘러내리는 창에 비치곤 한다.
그날도 여름 장마가 스타콩 창가에 빗줄기를 그릴 때이다.
비를 피해 커피숍으로 한 남자가 들어왔다.
한 손에는 전화를 들고 한손으로 머리를 가리고 커피숍으로 들어왔다.
"와 비 많이 오네~ 다 져졌다."
머리를 가리던 손으로 메뉴판을 가리키며 "아메리카노 아이수 아이스" 아르바이트생에게 손가락를 가리키며 젊은 남자는 큰 소리로 이야기했다.
그리고 다시 전화통화를 이어갔다.
"앗따, 그년 안 떨어지네."
"저번 나이트 검정 치마?" 스피커 폰인지 건너편 전화 목소리도 커피숍 안에 울리면서 들렸다.
"그 년이 경찰에 신고하겠다나 미친년 잠시 놀아줬더니". 젊은 남자는 주위 사람들이 쳐다보거나 말거나 큰 소리로 떠들면서 커피를 받아들었다.
"내가 그런 년들 비유 맞추려고 얼마나 투자 하는 줄 알아? 적당히 놀았으면 알아서 떨어져야지. 그년들은 자기들이 공주인 줄 아는 거지."
"살살해라. 여자들 한 맺히면 오뉴월에 시리가 내려. ㅋㅋㅋ" 건너편 남자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서리는커녕 더워 데지겠다."
젊은 남자는 커피를 들고 그녀 앞자리에 창을 보며 앉았다.
주위의 사람들이 수군거리며 젊은 사람을 쳐다보긴 했으나 젊음 남자에게 직접적으로 이야기 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거기 어디냐? 우산 가지고 내가 갈게. 나이트나 가자."
건너편 남자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여기 강남 출구 스타콩"
"강남 스타콩?"
"왜?"
"ㅋㅋㅋㅋ" 건너편 남자의 웃음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거기 조심해라. 거기 처녀 귀신 나온다. 재작년인가? 신종플루 유행할 때 피 토하고 죽었대. ㅋㅋㅋ"
"무슨 처녀귀신이냐 ㅋㅋ 여기 내 단골이지만 그런 이야기 처음 들어."
"뭐, 도시괴담이긴 하지. 그래도 너같이 여자 후리고 다니는 놈은 조심해야 돼."
건너편 목소리가 웃음 반 목소리 반 들려오다 정적이 흘렀다.
"앗" 젊은 남자는 전화기를 쳐다보더니 카운터에 소리쳤다.
“여기 충전기 없어요?” 손을 크게 휘휘 젓자
아르바이트생은 답답하듯 한 표정을 지어 보이고 충전기를 젊은 남자에게 가져다주었다.
젊은 남자는 당연하다는 듯이 충전기를 찾고 테이블 아래에 콘센트에 꽂았다.
콘센트에 충전기를 꽂고 고개를 들다 테이블에 머리를 부딪치자 젊은 남자는 욕을 해대기 시작했다.
"앗 아씨 - ㅂ"
테이블 위 커피가 충격에 쓰러졌고 주위는 커피가 쏟아져서 여기저기 물바다가 되었다.
그녀는 테이블에서 살짝 일어났다.
테이블에 흐르는 커피가 닫지 않도록 살짝 피해 벽 쪽으로 피했다.
잠시 젊은 남자가 커피를 닦기 위해 이리저리 테이블을 흠치는것을 보고 있다 제자리에 쪼그려 않았다. 그리고 손을 뻗어 바닥의 커피를 찍어 바닥을 따라 그었다.
콘센트 쪽으로 커피는 그녀의 손가락 따라 바닥을 지나 벽을 따라 올라갔다.
"악" 순간 젊은 남자의 몸이 튀어 올랐고 바닥에 쓰러졌다.
순간 모든 불이 꺼졌다.
아르바이트생이 놀라 다가가려 하자 사람들이 막았다.
"감전된 것 같아요. 119 불러요."
주위 사람들이 다들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하려 할 때 아르바이트생이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창 쪽으로 손을 가리켰다.
사람들이 창 쪽을 바라보았을 때 그녀는 푸른 빛을 띠며 점점 사라져 가고 있었다.
창에 비치는 투명함처럼 몸의 형체가 투명화되면서 사라졌다.
"폐에 물이 차서 죽었다던 여자" 아르바이트생이 말을 다 끝마치지 못하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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