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에반젤리스트

에반젤리스트

 7화  에반젤리스트    

그가 그 마을을 다시 찾았을 때 촌장은 죽어가는 자기 아들을 부둥켜 안고 울고 있었다.

어린아이의 배에서는 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고 촌장의 눈물과 같이 바닥에 뒤엉켜 있었다.

촌장이 그를 알아보고는 그에게 피가 흐르는 손을 들어 가리키며 말했다.

"내 아들을 살려 주시오... 당신들을 믿겠소.... 당신들을 믿기만 하면 죽은 사람도 살려내고 영생을 준다고 하지 않았소.."

"물론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원하면 당신이 당신 아들이 원하면 당신 아들이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는 차갑게 말을 건넸다.

"아들은 의식이 없소 제발 부탁이니 살려주시오....." 촌장은 그의 아들을 안아 들며 그에게 다가가면서 말을 했다.

촌장의 뒤로는 마을이 불타고 있었고 황량한 사막 바람이 불길을 더욱 매섭게 몰아치고 있었다.

"내가 이 마을의 촌창이오...이 마을을 통째로 바치겠소.... 내가 60년간을 ....이 두 손으로 일궈 만든 마을이오. 그리고 내 아들만 살려주신다면 나 또한 당신들을 따르겠소... 내 영혼을 바치겠소...." 늙은 촌장의 목소리는 갈라지고 떨렸다.

 그의 아들의 피는  사막의 모래 위에 붉은 자국은 가는 선을 그리고 있었다.

그가 이 마을 지난 건 오늘 새벽이었다. 사막의 아침은 정말 견디기 어려웠다. 

건조한 깜깜한 하늘 축축한 모래 바닥은 더 이상 잠을 청할 수 없었고 그는 새벽에 길을 청했던 것이다.

그가 촌장의 마을을 발견한 것은 동이 틀 무렵이었다.

언덕에서 내려 본 마을은 열 채 정도 집이 보였고 집주위에는 작은 밭들을 가꾸고 있었다.

마을을 뺑 둘러 목책이 둘러져 있었지만 그리 견고해 보이지는 않았다.

마을 가운데 우물하나가 이 마을의 생명줄인 마을이었다.

그리고 우물 위에는 커다란 시계바늘이 12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자유인 마을이군." 그는 절망이 느껴졌다. 아무리 그들을 설득하려 해도 그들은 믿지 않았다.     

12시는 핵전쟁의 그 날을 상징하고 30분은 그 핵전이전 30분을 상징한다. 그들은 그들의 노력으로 핵전이전 30분으로 돌아가기를 원하고 있다.

그들은 과학을 믿지 않고, 신을 믿지 않고, 영혼을 믿지 않는다. 그 들의 손으로 핵전이전의 세상을 만들려 하는 사람들이다.

그는 그들을 몇 번이나 만나보았지만 그 들은 그에게 전혀 동의하지 않았다.

아무리 설명하고 이야기해도 믿지 않았다. 

핵전쟁 이전에는 그 들은 합리적인 사람들이었다. 지금도 가장 이성적인 사람들일 것이다.

 이 미친 시대를 가장 현실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믿으라 목소리 높여 이야기해 보았고 ‘하늘’의 세계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단지 동의만 하더라도 ‘하늘’이 당신들에게 임할 것이다”라고 그렇게 이야기 했지만 그들에게서는 비난과 욕설만이 되돌아 왔을 뿐이었다.

"지금 현실의 고통과 어려움 다 ‘하늘’에서 보상받을 것이다. 믿기만 하고 내 말에 동의만 하시면 된다."

"항상 당신들을 지켜보고 있고, 이 땅에 죽는 자도 없고, 아픈 자도 없는 천년, 만년 세상을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핵전쟁의 심판에서 살아남은 이들이여 믿으시오. ‘하늘’이 당신들 것입니다."

그는 그 우물 앞에서 아침부터 오후까지 계속 소리 질렀다.  2~30명 되는 마을 사람들은 그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텃밭을 일구기만 했다.

촌장과 그의 아들을 만난 건 늦은 점심때였다. 그가 이야기를 하려 하자 촌장은 더 이상 떠들지 말라고 하는 듯 입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고 "쉿~" 하고 지나갔고 그의 어린 아들이 그의 뒤를 따랐다.

촌장은 천천히 우물에서 물을 기르고 물통에 물을 담아 그의 옆을 지나갔다.

촌장의 아들이 그의 옆을 지날 때 주머니에서 주먹밥을 꺼내 그에게 주었다.

그리고 그냥 웃으며 촌장을 따라 웃으며 집으로 갔다.

그는 마을에 있을 수가 없었다. 그들을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한 번 더 부딪히는 벽 앞에 그는 화가 나기 시작했다.

"왜 믿지 못하시는 건가요~~" 그는 주먹밥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천천히 마을을 떠났다.

그는 자신을 자책하면서 믿음이 없는 그 사람들을 원망하면서

그가 두 번째 언덕을 지날 때까지 주위에 바퀴 자국이 많은 것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세 번째 언덕을 지날 때 그 마을로 모래 먼지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그 때서야 알아차렸다.

"청소부들!!" 그는 그제야 상황을 인지하였다.

핵전쟁 이후 절망에 싸인 사람들, 모든 것을 지우려는 사람들 그들이었다. 그들이 자유인 마을로 향하고 있었다.

그들은 모든 것을 무너뜨리고 없애려고 하고 있다. 이 지구를 청소하려 하고 있다.

그는 다시 자유인 마을로 발길을 돌렸다.

그는 빨리 걷기 시작했다. 그는 뛰기 시작했다. 그는 더 빨리 뛰기 시작했다.

그가 자유인 마을에 도착했을 때는 모든 상황이 끝난 후였다.

마을은 불타고 있었고 사람들은 총에 맞아 피를 흘리며 죽어가고 있었다.

촌장과 그의 아들을 만난 건 우물 옆이었다.

촌장이 거의 죽어가고 있는 아들을 안고 믿음을 선택한 때가 그때였다.

그는 두 손을 모우고 ‘하늘’에 그의 뜻을 전했다.

그리고 품고 있던 링을 꺼내 그의 아들에 머리에 씌웠다.

그리고 그의 아들 머리에 손을 얹고 촌장에게 이야기했다.

"하늘을 믿습니까?"

"네" 촌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그럼 동의하시는 건가요?"

"네 이 마을의 모든 사람이 ‘하늘’로 가길 원합니다."

"그럼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는 두 손을 크게 하늘을 향하며 외쳤다.

잠시 후 하늘을 어두워지고 어두운 하늘에서 한줄기 섬광이 비추기 시작하였고 모래 먼지가 일기 시작하였다.

촌장은 놀라 하늘을 쳐다보았으나 밝은 빛에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은색 구체에 두 개의 커다란 날개를 달고 있는 것이 내려오는 것을 보았으나 촌장은 정신을 잃고 말았다.

......

촌장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모든 것을 믿지 못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몸은 빛나고 있었으며 하늘에서 자신의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늘’스테이션 7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당신의 몸은 가상현실로 재구축되어 있습니다.

당신의 신체는 냉동처리 되어 유기체 보관소 ‘구름’에 보관되어 있고 당신의 의식은 이곳 스테이션 7 ‘하늘’에 재구축되어 있습니다."

촌장은 어디선가 들리는 목소리가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나 아들의 어떻게 되었는지 걱정돼 미칠 지경이었다.

"내 아들은... "

촌장은 입이 아니라 머리에서 목소리가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당신 아들은 걱정하지 마세요." 그는 촌장 앞에 그의 모습을 드러냈다.

촌장 앞에 흐릿하게 모습이 만들어지더니 그는 곧 형체를 갖추었다.

"당신의 아들도 곧 만나게 될 것입니다. 아직 의식이 구축되지 않아서 시간이 좀 걸리는 것뿐이니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그리고 마을 주민분들 31명의 의식은 이미 구축되었습니다."

촌장은 상황이 이해되지 않고 있었다.

"지금 전 죽은 건가요? 혹시 천국에..."

"하하하하, 아닙니다." 그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그이 입술이 움직인 것은 아니었고 촌장의 머리에 메아리치듯 들려왔다.

"금방 익숙해지실 것입니다." 그는 웃을 을 참으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잠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이곳은 우주에 있는 콜로니-식민우주기지 ‘하늘’이고 지금 계신 곳은 가상현실 ‘스테이션 7’ 입니다."

"핵전쟁 이전 우주에 건설 중이던 콜로니를 개조해서 지상에서 살아남은 분들을 모셔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간의 한계가 있다 보니 대부분 냉동 상태로 계시고 의식만 가상세계를 구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럼 왜 그 사실을 알려주지 않으신 건가요." 촌장은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전 지금까지 계속 당신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었습니다. 단지 당신들의 동의가 필요했지만 당신들이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곳으로 모셔올 수 없었습니다." 그는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으면 말을 이어갔다.     

“우린 당신의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핵전쟁 이후라도 개개인들의 동의가 없으면 우리는 임의대로 당신들을 서버에 접속시킬 수 없습니다. 왜냐면 우리의 육체는 이미 냉동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린 물리적으로 당신을 이곳으로 모셔올 수 없습니다. 그건 ‘하늘’ 시스템만이 할 수 있지요”

"그럼 내가 만났던 건 무엇이오?" 촌장이 억울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건 제 아바타라고 해야 할까요." 그는 지상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가 가리키는 곳에서는 자유인 마을을 나와 모래사막을 걸어가고 있는 그가 보였다.

“제 복제라고 할 수 있지만 제가 제어 할 수 있는 부분은 일부입니다.

‘하늘’의 스테이션은 7개로 구성되어 있고 각 스테이션은 각자 전도사를 지상에 파견하고 있습니다.

각 스테이션은 독자적인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지상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 시스템을 알릴 때는 상호 혐의가 이루어진 규약에 따라 고지해야 합니다. 즉 지상에 있는 사람들의 동의가 없으면 이곳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것이지요.

각 스테이션에서 파견된 전도사에게 동의하시면 ‘하늘’에서 동의자들을 콜로니로 불려 올리고 육신은 유기체 보관소 ‘구름’에서 보관하게 되고 의식은 각 스테이션에 재구축하게 됩니다.”

촌장은 아무 말 없이 자유인 마을을 쳐다보았다. 사막 한 가운데에서 불타고 있는 마을은 어두워져 가는 하늘과 같이 점점 어두워져 보이지 않게 되었다.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촌장은 자신의 옆에 흐물거리는 빛이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

흐물거리는 빛은 차츰 형태를 갖추었고 사람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하였다.

"아들아~"

촌장의 눈은 빛나기 시작하였고 그 빛을 감싸 안았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테슬라를 버리다]

타르아4세는 궁금했다

내 비밀하나 이야기 해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