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인체합성학 실습

실습실



5화  인체합성학 실습                                                      

오늘 수업 들어야 하나?

 미정은 인체 합성학 수업이 정말 듣기 싫었다.

본과 3학년 실습시간에 기절했던 생각이 들자 몸서리를 쳤다.

기요틴을 이용해서 머리를 절단하다 정신을 잃어버렸다.

 그러나 이번에 졸업하기 위해서는 인체 합성학을 이수해야만 했다.

‘오늘 실습수업에는 꼭 합성하고 말겠어.’

 미정은 졸업을 꼭 해야만 했다.

동기들은 벌써 스타쉽컴퍼니에서 인턴을 하고 있었다.

 미정은 벌써 두 기수나 졸업에서 밀리고 있었다.

멸균복으로 갈아입고 기요틴 작업대에 앉았다.

작업대 위엔 복재인간 을-27모델이 올려져 있었다.

다행히 작업이 쉬운 건장한 남성형 모델이었다.

“미정 학생. 자, 시작해보세요.”

지도교수님의 목소리가 뉴로링크를 통해 들려왔다.

아마 기요틴의 작업내용을 꼼꼼히 점검하고 계실 것이다.

미정은 크게 심호흡을 하고 로봇팔 조작 레버를 잡아당겼다.

기요틴은 인체합성용 의료 작업 장비로 매우 고가의 장비이다.

가상실습은 해보았지만 실재 운용해보는 경우는 미정과 같은 본과생에겐 매우 드문 기회였지만 2번이나 실기를 놓친 미정에게는 지도교수님의 특별한 배려였다.

미정은 워터나이프와 부분 냉각기를 작동시켰다. 그리고 로봇팔을 움직여 을-27의 목으로 가지고 갔다.

“미정학생 천천히 시작해보세요.”

을-27의 목 오른쪽에 부분 냉각기를 바짝 붙였다.

“조직을 얼리고 고압의 워터나이프로 절단하세요.

현장에선 자동으로 하지만 기초부터 해보는 게 좋아요.”

미정은 천천히 을-27의 목을 잘라나갔다.

냉각기는 잘려나갈 살점을 얼리면 얇은 물줄기의 워터나이프가 그 부분을 잘랐다.

미정이을-27의 목을 다 잘랐을 때 “휴”라는 한숨을 내쉬었다.

“잘 했어요. 미정학생 우선 신경을 마무리합시다.”

미정은 작업대 조절 레버를 움직이자 머리 부분의 작업대만 올라왔다. 

을-27의 머리가 몸과 분리돼 잘린 단면이 보였다.

“단백질 랩으로 절단면을 마감해요.”

지도교수의 지시가 들려왔다.

미정은 로봇팔을 움직여 옆에 있던 투명 랩으로 잘린 목을 감쌌다.

“고정하세요. 신경 연결이 늦어지면 나중에 후유증이 남아요.”

지도교수의 지적이 들어왔다.

의료용 뉴로링크 라인인을 단백질 랩으로 싼 목에 연결했다.

“잘했어요. 미정 학생

 이제 피부를 벗겨 봅시다.”

미정은을-27의 머리를 돌려 선반 위에 올려놓았다.

“뒤통수부터 피부를 절단하세요.”

미정은 워터나이프의 레벨을 조절하였다. 그리고 천천히 뒤통수부터 이마까지를 잘랐다. 그리고 피부를 양쪽으로 잡아당기자 

 하얀 두개골이 보였다.

두개골과 피부 사이에 지지대를 끼워 넣고 피부를 벗겨 가기 시작하였다.

부분마다 워터나이프를 넣어 근육을 끊어내며 백골만 남기고 피부와 근육들을 벗겨나갔다.

“잘했어요. 미정 학생 다음이 어려운 눈입니다.

안구적출은 쉽지 않아요.

뉴로링크와의 연결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미정은 기계적으로 작업들을 이어나갔다.

워터나이프를 레이저 커터로 바꿔서 이마부분 두개골을 절개하기 시작했다.

“우린 의사가 아닙니다. 엔지니어입니다.

각 공정 공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하고 효율이 극대화되어야 합니다.”

레이저 커터에 두개골들은 하나하나씩 분해되어가고

 접시 위에 뇌와 안구를 놓아둔 듯 뇌와 안구의 형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제 뉴로링크 플러그시스템에 장착합시다.”

뇌가 보이는 선반 아래에서 흰 상자가 올라왔다.

미정은 크게 호흡을 한 후 로봇팔 레버를 잡았다.

로봇팔은 붉은 피에 붉게 물들어 있었다.

미정은 작업을 잠시 멈추고 로봇팔의 세정 장치를 작동시켰다.

로봇팔은 작업실의 코너로 가서 팔을 세정하기 시작했다.

붉은 피는 세정대에 붉은 물보라를 만들며 흘러내려갔다.

세정을 마친 로봇팔은 다시 작업대로 돌아왔고

 두뇌를 두개골에서 잡아들어 흰 상자 안에 넣었다.

그리고 두뇌와 연결되어 있던 두 개의 눈도 작은 캡슐에 넣어 흰 상자 앞쪽 소켓에 끼어 넣었다.

“자, 거의 다했군요. 마무리합시다.”

미정은 지도교수의 말이 들리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로봇팔의 레버를 놓고 스케너 스위치를 작동시켰다.

작업실의 천장에서 가느다란 막대 두 개가 내려왔다.

막대에 작은 불들이 들어왔고

 머리가 잘린 신체의 이곳저곳을 훑고 지나갔다.

막대기가 을-27의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동안 미정의 모니터에는 많은 정보들이 표시되기 시작하였다.

모니터에는 을-27의 몸 이곳저곳의 정보들을 다양한 도형과 색깔로 나타내기 시작했다.

미정은 을-27의 데이터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교수님 질문이 있습니다. 을- 27은 복제인간 아닌가요?

 무릎에 상처가 있는데요. 불량 모델인가요?

복제품에 상처가 있을 리가 없을텐 데요!”

 “미정양 잘 확인해보세요.” 교수는 미정에게 주의를 주듯 이야기했다.

“교수님 죄송합니다. 그러나 을-27의 우측 무릎 위에 상처가 있습니다. 오래전에 발생한 것 같습니다.”

잠시 정막이 흐른 후 교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신의 의견을 바꿀 기회를 주지요.”

미정은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닙니다. 이 상처를 포함해서 뉴로링크로 이전하겠습니다.”

미정이 대답하자, 교수는 웃으며 말했다.

“잘했습니다. 미정양! 사람의 기억이 몸 전체에 있습니다.

신체에 남은 기억 들을 다 스캔하고 몸의 특성 하나하나 다 재구축합니다.

근육의 양, 신경의 연결 혈관의 상태, 피부의 상처

 이 모든 것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는가를 정의합니다.

사람이 구별되는 것의 가장 기본적인 것이 신체입니다.

가상화된 세상에서 자신의 자아를 구별하게 해주는 것이 신체를 가졌을 때의 신체 신호입니다.

몸에서 나온 모든 정보가 그 사람을 사람이라고 인지하게 해주는 기본이 됩니다.

미정학생은 과제를 아주 우수하게 해결했습니다. a+입니다.”

미정은 교수의 평가가 듣자 긴장이 풀렸는지 그 자리에 기절해버렸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테슬라를 버리다]

타르아4세는 궁금했다

내 비밀하나 이야기 해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