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은하 식품무역 소위원회
제10화 은하 식품무역 소위원회
리차드 파커 지구연합 식량해양처 사무국장은 8번째 워프를 기다리고 있었다.
벌써 4번의 도우미 로봇이 교체되었다. 은하연방 수도인 타이러스에서 멀어질수록 도우미 로봇도 성능과 디자인이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처음 도우미 로봇은 타이러스 인들과 비슷한 고양이 모습을 하고 있고 타이러스 인과 거의 구별하기 어려운 모습과 성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새로 들어온 도우미 로봇은 음성 명령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였고 로봇의 몸에 머리만 고양이 비슷하게 생겨있었다.
리차드 파커 사무국장은 3번째 물을 가져다 달라고 하다 포기하고 로봇에게 자리로 가라고 짜증을 냈다.
“빌어먹을 구형 로봇”
창가에 자신의 자리로 가서 앉은 사무국장은 창밖의 어두운 우주를 바라보았다.
“아직도 4번 더 워프를 해야 하나. 벌써 20일째이군.”
은하 중심인 타이러스에서 지구로 가기 위해서는 12번의 워프를 해야 하고 1달 이상 걸리는 장거리 여행이었다.
사무국장은 턱을 손으로 괴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어두운 우주의 작은 별들이 점차 밝아지며 창은 흰색으로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워프 시작이군.”
사무국장은 신경질을 내며 흰색의 창을 커튼으로 가려버렸다.
사무국장은 그의 결정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지구에는 벌써 그의 결정에 대해 보도가 되었을 것이다.
아마 그는 이번 결정으로 사무국장직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청문회가 열릴 수도 있을 것이다.
“내 결정은 확고해 다시 회담을 한다 하여도 난 그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어.”
사무국장이 혼잣말하자 도우미 로봇이 사무국장에게 다가왔다.
“네 자리로 다시 가.” 짜증스러운 말투로 로봇에게 명령하였다.
사무국장은 자리 옆에 붙어있던 단추를 누르고 보좌관을 호출하였다.
“김 사무관 이번 회의 내용 정리한 것과 발표문 초안을 가지고 오게.”
잠시 후 도우미 로봇이 서 있던 벽의 옆문이 열리며 김 사무관이 들어왔다
손에 들고 있던 보고서를 사무국장에게 전달하며 김 사무관이 말했다.
“지구연합에서는 국장님의 불신임 투표가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투표 결과에 따라 이번 결정이 평가될 것 같습니다.”
“김 사무관은 내 결정에 대해 부정적이지?”
“제 생각보다는 이번 투표 결과를 지켜보시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습니다.” 김 사무관은 사무적인 말투로 대답했다.
“그래. 100년이지 우리가 이번 건을 성사시키기 위해 준비한 것이…
타이러스 인들의 주식인 ‘돌마’를 양식하기 위해 우린 바다도 개발하고 대규모 가공 공장도 설치했지 내 결정으로 모든 노력이 허사가 돼버리게 돼서 미안하네.”
사무국장은 시설을 커튼으로 돌리며 김 사무관에게 말을 이어갔다.
“200년 전 단 하루 만에 우린 타이러스 인들에게 50%의 사람들이 죽었지, 그래 그들은 정말 우릴 다 죽일 작정이었던 거야.”
그들이 라이코인들에 대한 원한이 그렇게 무서운 것이지 2000년 전 타이러스 인들도 라이코인들에게 독립했을 때부터 타이러스 인들은 라이코인들 몰살시키고 싶어 했어. 그런데 우릴 200년 전에 발견한 것이지 우리가 라이코인들과 친구인 줄 알았던 것이야.
그리고 하루 만에 지구는 불바다가 되었지 그런 다음 날 타이러스 인들이 자신들이 실수한 것을 알았을 때는 우리에게 남은 것은 없었어. 단 하루 만에”
김 사무관은 사무국장의 이야기를 듣다 사무국장 앞에 의자를 가져다가 앉았다.
“사무국장님의 결정에 대해서 너무 자책하지 마십시오. 다음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20년 뒤 은하 식품 무역 소위원회가 열릴 때 다시 도전하면 됩니다.”
“20년을… 그때는 자네가 소위원회에 참석해주게.”
사무국장은 도우미 로봇에게 손짓으로 물을 가져달라고 하자 도우미 로봇은 사무국장 옆 테이블에 물 한잔을 내려놓고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돌마’이건 아무 바다에서나 잘 자라지 타이러스 인들은 ‘돌마’만 키우는 200개의 식민 행성을 가지고 있지. 사실 난 그들의 비린 냄새가 싫어 “돌마” 특유의 비린 냄새를...”
사무국장은 물을 벌컥벌컥 드려 마시고 김 사무관에게 이야기했다.
“자네는 타이러스 인들을 어떻게 생각하나?”
김 사무관은 잠시 생각한 뒤 이야기했다.
”그들이 은하연방을 구성한 뒤부터 은하계가 평화로워졌다고 배웠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타이러스 인들은 신사들이지요. 그들은 우리에게 실수했지만 바로 사과하고 우리를 은하연방에 포함해주었습니다. 그들의 과학력과 경제력 그들의 문화는 정말 압도적이지요. 우리는 지난 200년간 엄청나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저는 타이러스 인들을 존경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사무국장은 작은 한숨을 쉰 뒤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럼 그들이 이번 요구는 어떻게 생각하나, 정말 그들이 신사적인가? 그리고 돌마를 키우는 방법은 어떤가, 그건 합리적인가?”
“네. 물론, ‘돌마’를 키우는 것이 까다로운 건 알고 있습니다. 돌마 자체는 바닷물이면 다 잘 자라지요. 그러나 타이러스 인들의 식품 인증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낮에만 채취해야 하고 육식동물과는 같이 키우면 안 되고 돌마 채집선에는 개, 고양이 등을 태울 수가 없지요. 그러나 그런 것들은 그들의 문화와 종교이니까요. 합리적이라고 해도 문화와 종교에 기인한 것들은 바꾸기가 어렵지 않나 생각됩니다.”
“그럼 내 결정도 인정해줄 수 있겠군.”
“그건...” 김 사무관은 말을 멈추었다.
“그들은 이해할 수 있고 내 결정은 이해할 수 없나? 그들이 라이코인들과 닮은 개들을 독립기념일 축제용 식품으로 가공해서 달라고 하는 것.”
“내가 그것을 거절한 것 이해해 줄 수 없나?”
사무국장은 커튼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김 사무관은 더 이상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도우미 로봇 옆을 지나 방을 나갔다.
사무국장은 한참을 커튼만 바라보다 도우미 로봇을 쳐다보고 말했다
“고양이 같은 타이러스 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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